김성준 앵커 'SNS시대, 언론도 이제 적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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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스튜디오에 발을 들이다.

1993년 7월, 아시아나 항공 여객기가 목포공항에 착륙하려다 인근 야산에 추락해가지고 엄청나게 많은 인명이 죽고 다쳤죠. 그 때 2년차 사건기자였는데 그 시절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2년차 기자가 무엇을 알겠어요. 스튜디오라는 곳도 그저 장비가 많기 때문에 여름에도 에어컨을 시원하게 틀어 놓는데, 야근하다가 너무 더워서 자려고 들어가본 적 밖에 없는 그런 시절이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사건이 터지다 보니 밤에 하는 뉴스 속보에 제가 앵커로 들어가게 됐어요. 머리도 안 빚고 옷도 제대로 못 입고 수염도 안 깎고, 더군다나 안경도 쓰고 있었는데 어울리지도 않는 안경을 쓰고서는 원고도 없이 들어갔어요. 그렇게 7분 동안 정말 뉴스 속보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적이 있었어요. 가끔 그 때 테이프가 남아있나 조사도 해보고 그랬는데 다행히 테이프가 안 남아있어서 이 때까지 버티고 있는게 아닌가 합니다.(웃음)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7분 있다가 나오니까 부인한테서 삐삐가 왔는데 친구들이 SBS 뉴스에 나오는 것을 봤는데 남편이 어디 아프냐고 그랬다는 거에요. 그 소릴 듣고 내가 정말 뉴스를 망쳤구나 생각했어요.

​그때가 처음 앵커로 데뷔했던 날이었는데, 어쨌든 그러고 나서 5년쯤 지난 다음에 또 생방송에 들어갈 일이 있었었어요. 선배가 들어가라고 그러길래 거부했지만, 무조건 들어가라고 해서 들어갔어요. 스튜디오에 앉아 있다가 보니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차피 한 번 망친 것 앞으로 앵커 같은 꿈도 꿀 수 없을 것 같은데 한번쯤 더 도전해 본다고 달라질게 있겠냐’ 그렇게 생각을 했더니 머리 속이 하얘지면서 별생각 없이 뉴스속보를 진행하고 나왔어요. 다행히 그때는 선배가 굉장히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었어요. 그러고 나서 1년인가 있다가 처음으로 앵커를 조그만 뉴스로 시작을 했었죠.

 

/SBS의 클로징 멘트는 소신발언이 아니다.

SBS뉴스가 오늘 하루를 정리하면서 시청자들에게 한가지만큼은 기억해 줬으면 하는 SBS 8시 뉴스의 관점을 한마디로 압축하려는 시도가 바로 클로징 멘트에요. 온갖 정보들이 스마트 폰과 SNS을 통해서 공유되서 시청자들도 사실 모르는 게 없어요. 그런데 굳이 시청자들에게 “저녁 9시에 우리 뉴스를 52분동안 봐주십쇼”라고 이야기를 하려면 세상의 떠다니는 정보들과는 다른 게 있어야 할거 아니에요. 그래서 우리가 고민한 결과 3가지 정도의 시도를 하게됐는데,

 첫 번째는 그 떠다니는 정보 중에서 진실이 무엇인지를 구분해주자. 두 번째는 떠다니는 이야기들 보다는 조금 더 가치 있는 분석과 정보 영상음성을 제공해 주자. 세 번째가 '내가 앞으로 사회를  볼 때 어떤 관점을 가지고 살라는 이야기냐'라는 시청자 질문에 대답을 해주자. SBS 뉴스는 세상이 돌아가는 것에 대해 이런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관점의 하나의 샘플을 제시해 주자는 거에요. 그런 3가지의 기준으로 SBS 8시뉴스를 하자고 생각을 했고, 마지막 기준인 관점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클로징 멘트를 하게 됐어요.  클로징 멘트를 하고 났더니 별 데서 별 공격을 다해오는데, 내가 소신이 있어서라기 보다는 클로징 멘트의 원칙은 그래요 관점을 제공하자는 거니까 SBS뉴스가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 진실의 깊은 부분을 보여주자는 거에요.

실제로 뉴스를 만드는 최종 책임자는 보도국장이고, 앵커도 보도국장이 만드는 뉴스의 총 진행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도국장이 만드는 뉴스의 방향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클로징 멘트를 할 수는 없어요. 다만 보도국장이 클로징멘트를 간섭하거나 지시하지 않는 이유는 보도국장은 앵커가 자신의 관점과 많이 벗어나지 않으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거고, 저도 저대로 내가 진실을 이야기 하려고 할 때 그게 회사 입장에서 껄끄럽고 불편하더라도 보도국장이 몸으로 막고 이야기 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는 신뢰관계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죠.




/언론사에 대한 최근의 부정적 인식

참 슬프게 생각을 하죠.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기자들의 잘못한 부분에 대해 우리(SBS)가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성수대교 붕괴 사고, 삼풍 백화점 붕괴사고 등 큰 사건이 몰려 일어난 90년대 중반에는 SNS 도 없고 소문이라는 것도 없었어요. 그 시절에 한 15개 정도가 있었는데 심하게 이야기 해서 없던 사실도 우리가 쓰자고 하면 그게 사실이 될 수도 있었죠. 근데 지금은 완전히 뒤집어 진거죠. 초고속 통신망을 이용하고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람이 언론사와 마찬가지의 영향력을 가지는 미디어가 된 거란 말이에요.

​​그런 와중에 큰 재난을 언론이 처음 격은 건데, 우리가 잘못하건 솔직히 모든 언론이 준비가 덜 됐어요. 특보라고 나가는데 소식이 계속 들어오는 게 아니니까 반복하게 되고, 유가족들을 경쟁적으로 취재하려다 보니까 그 사람들의 처지를 이해 못하고 취재 하려고 하는 문제들이 있었죠. 그 외에는 기성 언론이 비판을 받는 대표적인 것이 왜 계속 새로운 소식을 전달하지 않았나 하는 부분인데 이 부분은 앞으로도 아무리 비판을 받아도 기성 언론이 그렇게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일이에요.

​​저널리즘의 원칙이 내가 확신하는 정보라도 3명의 다른 소스를 통해 검증 받지 못하면 진실이라고 믿고 보도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있어요. 그 원칙에 어긋난 것이 사실은 첫날 상황에서 단원고 학생들이 다 구조 되었다는 소식을 보도를 했던 건데, 그것도 사실 따지고 보면 3군데를 통해 검증을 받은 정보였어요. 단원고, 해경과 정부로부터 받은 확실한 정보였는데 결국은 사실이 아니었죠. 3군데 검증을 받은 정보도 사실이 아니었는데 지금 SNS에서 떠드는 이야기처럼 다 보도한다고 한다면 절대 감당할 수 없어요. SNS세대에서는 반쯤 믿고 반쯤 믿지 않는데, 조금 시간이 지나서 세월호 사태를 되돌아 생각을 했을 때 여러분 뿐만 아니라 기자들 조차도 SNS를 통해 떠돌아 다닌 정보라고 불렸던 것들이 얼마나 이 사건을 해결하는데 해악이 됐었고 피해가 됐는지는 두고 봐야 될 거에요.

​​SNS 세대에 맞게 변신을 꾀 해야 될 시점이 된 것은 사실이에요 그래서 그 변신을 꾀하려는 노력 중에 하나가 처음 이야기한 8시뉴스의 3가지원칙들이죠. 노력을 해야 되는 시점인데 아직 SNS 시대에 적응은 못했고 그런 시점에서 세월호 사건이 터지면서 다들 고생했고, 앞으로 이 사건을 계기로해서 많이 배우겠죠.



/ 대학시절에 이것 하나만큼은 꼭 해봐라.

 실패, 일부로라도 실패를 많이 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해요. 실패라는 건 결국 맷집이에요. 험한 길을 갈 때 아무리 달리기를 잘하는 사람도 맨발로 달릴 때면 돌 있는 길에서는 힘들 거 아니겠어요? 근데 달리기를 못하는 사람도 맨날 돌을 밟고 지나다니다 보면은 발바닥이 딱딱해서 험한 길 가기가 훨씬 편한 것처럼 여러분 자체가 이것도 실패해보고 저것도 실패해보고 그러다 보면 그 실패의 경험이 나중에 굉장히 든든한 여러분들의 맷집이 될 겁니다.

​기자생활 올해로 24년이 됐지만 제가 경험한 사회에는 혼자 앞서나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요. 정말 자기가 두각을 나타내는 시점은 발하나 더 내디디면 절벽일 것 같은 그런 위기상황에서 뻔뻔스럽고 용감하게 발을 내딛는 사람이 대게 성공을 하더라고요. 여러분들의 상황이 아무리 힘들어도 사실 여러분들의 생활은 아직 에버랜드란 말이에요.(웃음) 정글에 나오기 전에 에버랜드에서 한번 실패의 경험을 많이 해보는 게 앞으로의 사회생활에서 도움이 되지 않겠나 그런 생각을 해요.

 

/언론인을 꿈꿈는 학생에게

‘방송 일’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창의 성을 기본으로 하는 직업이에요. 예를 들어 기자는 사실을 얘기해야 되는 사람인데 무슨 창의인가 하고 의아해 할 수도 있지만, 사실 기자야 말로 어느 직업보다 창의성을 요구하는 직업이에요.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게 그냥 앉아가지고 만들어진 길만 찾아가면 진실이 사과처럼 뚝 떨어지는 게 아니에요.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은 시작부터 부딪히고, 다음 걸음에는 다른 장애물이 계속해서 나오는데 그 과정에서 그 장애물을 어떻게 해결을 할까 하며 취재를 하는 모든 과정이 항상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필요로 해요.

그게 하나고 두 번째는 그것을 기사화하는 과정, 기사를 쓰고 리포트를 만드는 과정도 굉장히 창의적인 과정이죠. 글이라는 것 자체가 창의적인 거에요. 아무리 진실만 쓴다고 해도 그 글에는 반드시 자기의 관점이 들어가지 않을 수 없으니까요. 예를 들어서 화재가 났다는 기사라면, 정보를 가지고 우리가 쓸 수 있는 기사는 정말 여러 가지가 있어요. 사람의 목숨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그 기사의 첫 리드를 ‘화재에 의해 2명이 죽었습니다’ 라고 쓸 거고,  환경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화재로 인해 근처 10 핵타르의 임야가 전부 고사했습니다’라고 쓸 테고 정부가 욕먹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화재가 발생했는데 소방방재 팀이 긴급 출동해서 30분만에 깨끗하게 해결했습니다’ 이렇게 리드를 쓸 거라는 말이에요. 이런 수많은 고민의 과정 자체가 한편으로는 창의의 문제죠. 또 더군다나 리포트를 만드는 과정은 15초 광고나 2시간 영화를 만드는 과정과 똑 같은 과정을 짧은 시간 안에 하는 것이기 때문에 창의가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취재:  양희만(profilecard@naver.com)
<저작권자(c) 인터뷰파인더,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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