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혜 바둑기사'지니어스 한 바둑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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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인터뷰를 읽을 독자들에게 간단한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프로기사 이다혜입니다. 바둑기사하면 아저씨 혹은 남자를 떠올리기 쉬운데 저는 여자구요 프로 4단입니다.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바둑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아버지가 바둑을 좋아하셔서 친구 분들하고 바둑을 두시느라 귀가 시간이 늦으셨어요. 그래서 어머니께서 저를 아버지와 바둑 두게 하려고 바둑학원에 보내셨는데 배워보니까 재미있더라고요.

 

/그 때가 몇 살이었나요?

9살이었어요. 아버지가 지금 3급이신데, 제가 1년 만에 아버지를 따라잡았어요. 바둑학원 선생님께서 제가 바둑에 재능이 있다고 말씀해 주셔서 본격적으로 배웠습니다.

 

/그럼 지금 아버지와 한다면 어떨까요?

제가 많이 접어 드려야죠(웃음)

 

/한국외대 일본어과인데 어떻게 진학하게 되었나요?

중학생 때 입단을 했어요. 고등학교를 선택 할 때 학교 공부를 할까 바둑을 공부할까 고민을 하다가 바둑 특기생으로 고등학교에 진학했어요. 바둑은 한,중,일이 강한데 한국에서 열리는 경기에 외국 기사들이 많이 참가해요. 그 때 일본 기사와 어울릴 기회가 있었는데 서로 말이 안 통해서 친해질 수 가 없었어요. 이 사람과 친해지려면 언어를 배워야 되겠다고 생각해서 고등학생 때 일본어학원을 다녔어요. 배우다보니 일본어를 좋아하게 되어서 대학교 진학 할 때 망설임 없이 일본어과를 선택했죠.

 

/바둑기사가 총 291명인데, 그 중 여자기사는 51명으로 알고 있어요. 상대적으로 수가 적은데, 여성이라서 불리한 점이 있나요?

제가 입단했을 때는 여자기사가 25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배로 늘었으니 그렇게 적은 숫자는 아닌 것 같아요. 여자기사가 예전에는 약했는데, 최근에는 실력이 많이 향상 되서 남자기사들한테도 잘 이기고 국가대표에 선발되기도 해요. 역시 본인이 하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

 

/프로 4단이신데, 단수에 대해 설명을 해주세요.

바둑을 처음 배우면 통상적으로 20급부터 시작해서 한급 한급 내려갑니다. 1급이 제일 높겠죠? 다음 단계는 유단자로 1단부터 7단까지 있어요. 그 다음은 프로로, 프로기사가 되려면 입단대회를 통과해야 되요. 입단에 성공하면 초단부터 9단까지 있는데 물론 9단이 제일 높아요.

 

/민감한 질문 일 수 있지만 바둑 기사의 수입은 어떤가요?

모든 스포츠계는 부익부 빈익빈으로 바둑계도 그렇습니다. 성적이 좋으면 억대연봉자가 될 수 있죠. 바둑은 특이하게도 ‘대국료’라는 것이 있어서 대회에 참가하는 자체로 일정 금액을 받습니다. 예선보다 본선이 금액이 크고 특히 우승 상금이 큰 시스템입니다.

 




/강연 및 특강을 주로 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처음 강의를 시작한건 군부대였어요. 장병들에게 바둑을 가르쳐주면 여러모로 좋지 않을까 해서 한국기원의 지원을 받아 군부대에 바둑보급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남자밖에 없는 곳에 혼자 간다는 것이 굉장히 무서웠어요. 당시에는 20대 중반으로 쑥스러움도 많이 탔고 너무 떨려서 전날 잠도 못자곤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나아지더군요. 처음에는 기 싸움에서 밀렸는데 ‘나는 선생이고 너희들은 학생이다’라는 주문을 걸고 강의하니까 긴장이 덜 되더라고요.

 

 

/노하우가 생기신 건가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강의하는 것이 즐거워요. 군부대를 비롯해서 2011년부터 다문화 가정에도 바둑을 가르치고 있는데 가족끼리 바둑을 두는 모습을 보면 기분도 좋고 아이들도 밝아지는 것 같아서 계속 하고 있어요. 또 교양바둑 강의도 하고 있는데 대학생들이 일주일이 다르게 실력이 느는 것을 보면 놀라워요. 바둑을 가르치는 것이 보람도 있고 즐거워서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어요.

 

/바둑을 둘 때 행복하다고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역시 이겼을 때죠. 저보다 잘하는 사람에게, 제가 스스로 만족할만한 내용으로 이겼을 때가 제일 좋아요. 뭐랄까.. 제가 바둑을 연구해온 시간을 보상받는 느낌이랄까요?

 




/본인이 생각하는 최고의 명승부를 말해주세요.

국가대표로 나갔을 때도 있지만 국내 대회에서 저보다 재능이 뛰어난 두 명의 기사에게 연달아 이겼을 때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누구나 살면서 빛나는 순간이 있는데 저에겐 그때가 프로기사로서 가장 빛나던 때였던 것 같아요. 2006년에 둔 바둑이 아직도 떠오를 정도로 인상적인 승부였어요.

 

/바둑의 장점이 있다면 어떤 부분이 있을까요?

요즘의 게임은 자극적이고 화려하죠. 그런데 하다보면 어느 순간 질리지 않나요? 바둑은 경우의 수가 무한대에 가까워서 질리지 않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올해로 20년 가까이 바둑을 두고 있는데 아직도 바둑판 앞에 앉으면 느낌이 새로워요. 항상 새로운 기분으로 둘 수 있는 것! 이게 바둑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바둑은 인간의 지적유희로서 몇 천년 동안 이어져 내려왔습니다. 대부분의 게임은 사라지겠지만 바둑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요?

 




/바둑을 보급할 때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다면, 어떤 부분이 있을까요?

제 생각에는 우선 바둑에 관심을 갖게 해야할것 같아요. 혹시 이 만화책 아시나요? ‘히카루의 바둑’. 국내에는 고스트 바둑왕으로 알려져 있고, 제가 완전판 바둑용어를 감수했어요. 이 만화책을 보고 바둑에 관심을 가지신 분들이 많죠. 작년에는 ‘미생’이라는 웹툰이 인기를 끌면서 바둑에 대한 관심도가 올라갔어요. 이런 식으로 바둑이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갔으면 좋겠어요. 제가 지니어스에 출연한 것은 우선 프로기사라는 직업을 알리고 싶었고, 혹시라도 제가 잘하면 사람들이 ‘바둑한번 배워볼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해서 나간 거였죠.

그리고 젊은 층들이 바둑을 즐길 장소가 필요한 것 같아요. 기원의 이미지는 아저씨들, 담배연기잖아요. 젊은 층, 특히 여성들을 위한 바둑카페 같은 곳이 생기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부자가 되면 꼭 바둑카페를 개점하고 싶은데 잘 될지는 모르겠네요.(笑)

 




/지니어스 얘기가 나와서 할게요. 3회에 탈락을 하셨는데, 아쉬운 점이 굉장히 많았을 거 같은데 어떤가요?

사실 첫 회에 떨어질 줄 알았어요. 출연을 결정하고 멤버를 확인했는데 다들 너무 쟁쟁한 사람들이어서, ‘내가 여기 왜 껴있지? 지금이라도 그만 둬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1회 녹화 전에는 정말 자신감이 없었죠. 그런데 TV에서 보던 연예인들과 스타할 때 선망의 대상이었던 임요환, 홍진호 오빠와 함께 플레이 하는 것 자체로 즐겁더라고요. 잠깐이지만 머리 쓰는 즐거움도 느껴보구요.

3회 때는 인생의 쓴맛을 봤어요. 궁지에 몰려보니까 ‘세상이 만만하지가 않구나’ ‘내가 쓸모가 없으면 버려 질수가 있구나’ 란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당시에는 그랬는데 지금은 게임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쉬운 건 데스매치에서의 제 자신이죠. 저는 제가 그런 게임을 잘 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막상 닥치니까 눈앞이 깜깜하더라고요. 적막감이 감도는 가운데 카메라가 몇 대나 나를 찍고 있고, 무엇보다 제가 떨어짐으로써 바둑기사의 이미지가 훼손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집중이 잘 안 되었어요. 결국 멘탈이 흔들려서 진 거죠. 한 2주간은 밥 먹다가도 생각나고, 자려고 누워서도 ‘내가 왜 그 때 결을 불렀지?’ 하면서 이불을 걷어차곤 했어요.

 



/이은결씨 공연을 다녀오신 걸로 알고 있는데, 지니어스 끝난 후에도 멤버들과 연락이 되나요?

지니어스가 굉장히 묘한 프로그램이잖아요. 몇 시간동안 세트장에 갇혀서 게임하다보면 정도 들고 할 말도 많아요. 두희오빠가 탈락했을 때는 진호오빠와 위로모임을 가지기도 했어요. 윤선언니와도 만나고, 홍철오빠나 재경씨도 연락하면 잘 대답해 줘요. 이번에 지니어스 멤버들과 은결오빠 공연을 같이 보니 참 좋았어요. 진호오빠도 바빠서 못 올 줄 알았는데 와서 좀 놀랐어요. 앞으로도 이 인연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바둑 꿈나무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혹시 프로기사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저는 부모님이 반대를 하셨는데 저는 프로기사가 정말 되고 싶었어요. ‘이 길이 내 길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결과적으로 입단에 성공했고 제 직업에 만족하며 살고 있습니다. 저는 주변에서 힘든 직업이라고 반대하더라도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사회악이 아니라면 진짜 죽을 각오로 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저는 한때 바둑에 미쳐 살았어요. 하루에 공부를 10시간씩 1년 내내 했어요. 그 정도로 하니까 되더라고요. 본인이 선택했으면 힘들다고 하지 말고 제대로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저 뿐만 아니라 모든 프로들이 그렇게 살았을 거예요. 본인이 직접 자신의 길을 선택을 하고 미친 듯이 노력하면 아마도 꿈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요?

 

/인생과 바둑을 비교해보면, 비슷한 부분이 많을 것 같아요. 다혜씨가 생각하는 비슷한 부분이 있나요?

바둑은 ‘인생의 축소판’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인생과 닮은 점이 많아요. 예를 들어 한번 둔 수는 무를 수 없고 끝날 때까지 움직일 수가 없어요. 인생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한 번 결정을 하면 그 결정을 되돌릴 수는 없으니까 신중하라고 하는 거죠. 또 바둑은 한 판에 적어도 세 번에 기회가 온다고 하는데 인생도 살다보면 좋은 기회가 오잖아요. 저는 그 기회 중 하나가 지니어스라고 생각해요. 저한테 인생의 선물 같은 프로그램이었죠.

또 바둑을 두면서 희로애락이 교차하는데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상대 돌을 잡으면 기쁘고 내 돌이 잡히면 슬프고, 상황이 불리하면 괴롭고 유리하면 즐거워요. 사는 것도 그렇잖아요. 기쁠 때, 슬플 때, 힘들 때, 즐거울 때가 있는 게 인생이니까요.

 

/앞으로의 포부를 말씀해주세요.

바둑을 가르치는 것이 제가 제일 잘 할 수 있고 교육할 때 가장 즐겁기 때문에 바둑교육 관련 일을 하고자 합니다. 단기적인 목표는 논문을 잘 써서 졸업하는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더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 심리학, 교육학 등 다방면으로 공부를 해보고 싶어요.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바둑을 알리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발광테란)

지니어스에 같이 하였던 출연진들 중 바둑기사로 전향하면 가장 성공 할 것 같은 사람은 누구고 왜 그 사람인지 궁금해요

지니어스 출연진들은 대부분 잘할 것 같아요. 그 중에서도 꼽자면 진호오빠와 요환오빠가 아닐까 싶어요. 스타크래프트와 바둑이 비슷한 점이 많거든요. 제가 느끼기에 두 사람은 지니어스 녹화할 때 지금 한 수가 아니라 다음 수를 보는 것. 즉 바둑에서의 수읽기를 연상시키는 플레이를 했던 것 같아요. 자신만의 독특한 구상과 아이디어도 신선했고요.

 

(노총재)

라이벌은 누구인지? - 어릴 때 라이벌이 있었는데 저보다 바둑을 잘 했어요. 동갑으로 저보다 성격도 좋고 얼굴도 예뻤어요. 그 친구한테 바둑을 이겨보려고 진짜 열심히 공부했던 것 같아요. 몇 년동안 계속 밀리다가 입단대회에서 이겨서 입단했을 때는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죠.

존경하는 선후배는 누구인지? - 정말 훌륭한 분들이 많지만 바둑기사로서는 이세돌 오빠가 존경스러워요. 세돌오빠는 마치 바둑을 두기 위해 태어난 것 같아요. 저도 같은 기사지만 세돌오빠와 대국하면서 나랑은 차원이 다른 천재구나라는 일종의 갭을 느꼈어요. 재능 뿐 아니라 바둑을 대하는 태도도 진지해요. 저한테는 바둑이 인생의 전부는 아닌데, 세돌 오빠는 바둑이 인생의 전부인거 같아요. 그 정도로 진지하고 열정적이에요.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에 무엇이 있나요? - 제가 소심한 편이라서 우승을 잘 못 했어요. 아마추어 때부터 2등을 많이 했죠. 그래서 진호 오빠에게 친근감이랄까 유대감을 느꼈어요.(笑) 예전에 시합 전에 ‘무조건 이기자’라고 마음 먹었었는데, 요즘에는 나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두자라고 좀 변했어요. 지니어스도 우승 욕심보다는 저에게 떳떳하게 플레이 하고 싶었어요. 장기적으로 보면 억지로 운 좋게 이기는 것보다는 자신에게 떳떳하게 승리하는 것이 더 나은 것 같아요. 이렇게 생각하면서 마음이 가벼워진 것 같아요.

 

(스티치)

다혜님! 지니어스에서 가장 좋아했는데 일찍 떨어져서 너무 아쉬웠어요ㅠㅠ.. 나중에 또 방송 출연계획이 있으신가요?

제 자신에 대한 것보다는 바둑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출연할 것 같아요. 다양한 채널에서 바둑 관련 프로그램 혹은 바둑과 관련된 내용이 방송되면 바둑계에 정말 좋을 거 같아서요. 그런데 불러줘야 나갈 수 있는데 아쉽지만 연락이 오질 않네요.

 

 

좋아하는 노래는?

제가 가수 윤하와 친구인데 친구라서가 아니라 윤하노래 정말 좋아해요. 전 남자친구와 헤어진 다음날 ‘오늘 헤어졌어요’란 노래를 택시 안에서 우연히 들었는데 그만 펑펑 울고 말았죠. 윤하노래는 특히 콘서트에 가서 들으면 더 좋아요! 아 갑자기 윤하가 보고싶네요.

 

 

이다혜에게 바둑이란?

한 때는 제 인생에 가장 소중한 것이었어요. 예전에는 바둑에 대한 제 사랑이 짝사랑으로 끝난 줄 알았어요. 프로가 되고 우승을 한 번도 못했으니까...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바둑은 제게 20년간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 주었고, 선생님이란 말을 듣게 해 주었어요. 다시 태어나도 꼭 다시 바둑을 배우고 싶습니다.



취재:  노윤창(ryc615@hanmail.net) 안지수(jisoo4961@naver.com) 양희만(profilecard@naver.com) 이광민 김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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